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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 교육 대신 영어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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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 교육 대신 영어 수업?

입력
2015.01.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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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교육 年44시간 의무 규정 대부분 학교서 지켜지지 않고 자습·입시 수업으로 대체 빈번

체험 아닌 동영상·교재 강의 그쳐 안전사고 발생 때 실효성도 의문

인천의 A고등학교는 지난해 재난안전 교육 수업 시간을 자율학습으로 때웠다. 심폐소생술 수업은 영어 수업으로 대체했다. 두 수업은 학생 안전을 위해 반드시 가르쳐야 하는 과목이지만 눈앞의 입시에 밀린 것이다. 이 학교 보건교사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안전 관련 방송을 틀어주며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어쩌다 수업을 하더라도 매뉴얼을 읽는 수준”이라며 “세월호 참사 같은 사고에 학생들이 제대로 대처하는 데는 매우 미흡하다”고 토로했다.

아동복지법은 초ㆍ중ㆍ고교에서 학생들에게 연간 44시간의 안전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일선 학교의 평균 안전 교육 시간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회 입법조사처의 ‘학교안전교육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시도교육청별 고교 안전교육시간은 충북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가 의무시간(44시간)에 미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 지역 고교의 평균 수업시간이 28시간으로 가장 낮았고, 광주(28.6시간), 서울(34.4시간) 지역의 안전교육도 부실했다. 중학교도 부산, 대구, 인천, 충북을 제외한 13개 시도가 기준 미달이었다.

안전 교육 수업도 내실 있게 이뤄지지 않았다. 재난과 사고 등에 대비하려면 체험학습이 필수임에도 대부분의 수업은 교실에서 동영상과 교재를 이용한 수박 겉핥기식 강의에 그쳤다. 서울의 한 중학교 보건 교사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실제 젖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계단을 기어서 내려가는 훈련을 해야 하는데 학교에서는 그저 동영상을 보여주는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또 초등학생에게나 필요한 ‘실종 및 유괴 예방 교육’을 고등학교에서 실시하도록 하는 등 교육 과정도 엉터리로 구성된 것으로 지적됐다.

교육부가 지난해부터 모든 학생과 교직원이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에 관한 수업을 받도록 의무화했지만, 실습교육을 위해 필요한 인체 상반신 모형 마네킹 등 필수 장비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조사 결과 현재 초ㆍ중ㆍ고등학교의 마네킹 보급률은 70%에 그쳤다.

관련 법령도 제각각이어서 학교 현장의 부실 교육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아동복지법 시행령’은 재난대비 교육 6시간을 포함해 교통안전 교육 10시간, 약물 오ㆍ남용 예방 교육 10시간 등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학교안전사고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은 교육 시간과 횟수를 학교 실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해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안전 교육과 관련된 관련 법 조항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며 “최근 발표한 교육분야 안전 종합 대책에 따라 분산된 안전교육 조항을 ‘학교안전법’으로 일원화하고 강의식 교육도 체험 위주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 보건교사 모임인 보건교육포럼의 김지학 정책국장은 “성교육도 연간 15시간 필수로 지정돼 있지만 입시 위주의 학교 현장에선 국ㆍ영ㆍ수 등의 수업으로 뒤바뀌는 경우가 많다”며 “안전 교육이 제대로 시행되도록 관리ㆍ감독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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